2025년 5월 20일, 중국 쓰촨성 이빈시 핑산현의 한 방직공장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27세의 청년 노동자 원모 씨는 임금 체불 문제로 공장장과 언쟁을 벌이다 분노 끝에 공장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화재는 약 37시간 만에 진화되었으며, 수천만 위안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사건 이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 씨가 임금 800위안(약 15만 원)을 받지 못한 것이 방화의 동기라는 소문이 확산되었고, 그를 ‘800형(800哥)’이라 부르며 응원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핑산현 당국은 원 씨의 실제 3월 급여는 4000위안(약 76만 원) 이상이며, 800위안 체불설은 허위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허위 정보를 유포한 3명이 구금되었고 벌금 처분도 내려진 상태입니다.
광둥·광시·산둥·간쑤…전국으로 번지는 임체불 시위
쓰촨성 사건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중국 전역에서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 광둥성 선전시: 가전 세척 서비스 업체 ‘시웨쟈’의 직원들이 9시간 이상 농성을 벌이며 임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 광시성 난닝시: 광시송변전건설회사 앞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연좌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산둥성 짜오좡시: 계약직 교사들이 6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집단 항의에 나섰습니다.
- 간쑤성 북서부: 공립병원에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월급이 1300위안에 불과하며, 수개월째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시위는 제조업, 교육계, 의료현장, 건설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어, 노동 환경의 전반적 위기를 방증합니다.
중국 SNS에서는 이번 임금 체불 시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800형’과 같은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에 대한 공감 여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온라인 여론 통제에도 나서고 있으며, 체불 관련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관영 언론은 노동자들의 감정은 이해하되 법과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무력 시위와 방화 등의 극단적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로 번진 임금체불…사회 불만이 수면 위로
중국의 임금 체불 문제는 단기적인 경영난을 넘어, 심화되는 구조적 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미국과의 무역 갈등, 내수 둔화 등 복합적인 경제 요인이 기업의 유동성을 크게 압박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하청업체와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노동 인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농민공’ 계층의 불안정한 지위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농민공은 농촌 호적을 가진 채 도시로 이주하여 건설, 제조, 서비스업 등에서 저임금 노동을 수행하는 이동 노동자 계층을 의미합니다. 도시 인프라와 산업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주역이지만, 제도적으로는 시민권과 사회보장 혜택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2025년 기준, 중국 내 농민공은 약 2억 9,753만 명에 이르며, 평균 월 소득은 4,961위안(약 94만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도시 상주 인구와의 소득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더불어 이들은 의료, 교육, 연금 등 공공서비스 이용에서 지속적인 차별을 받고 있어 생활의 안정성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큰 계층입니다.
중국 정부 또한 농민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부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농민공의 고용 안정과 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임금 체불 방지, 직업 훈련 강화, 사회보장 확대 등이 주요 정책으로 꼽힙니다. 또한 귀향 창업 지원, 농촌 정착 유도, 기술 인재 육성 등도 병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민공이 단순 노동력이 아닌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농민공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인 실정입니다.. 특히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농민공의 고용 형태를 더욱 비정규화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노동계 불만의 폭발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 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사회 하층 노동자의 구조적 취약성이 겹치면서, 임금 체불과 관련된 시위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닌, 사회 안정성과도 직결된 만큼 보다 근본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됩니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 체불 시위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과 누적된 사회적 불만의 상징입니다.
경제 성장률 둔화와 함께 노동자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요구됩니다.
지금 중국 사회가 마주한 것은 단지 ‘시위’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고, 정책 변화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저임금에 임금체불까지 겹친 중국 노동자들의 시위 :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