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방치됐던 ‘1급 발암물질’의 확산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일대의 지하수에서 국제 1군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기준치 수백 배 이상 검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해당 오염 사실을 이미 2022년부터 광주시와 광산구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년간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염 지점 일부는 생활용 지하수로도 사용되는 수완지구와 인접해 있어, 장기간 음용수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뒤늦은 사과와 함께 TF 구성, 전수조사 등의 대응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준치 466배 TCE 검출… 얼마나 위험한가?
환경부 산하 기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171개 지점에서 657건의 지하수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 TCE(트리클로로에틸렌) : 기준 초과 117건, 최대 466배
-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 : 기준 초과 67건, 최대 284배
이 두 화학물질은 WHO와 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신경계 손상·간 기능 이상·신장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물질입니다.
TCE는 주로 금속 세정제, 반도체 제조 용제, 페인트 희석제, 박리제 등으로 사용되며,
PCE는 세탁 용제, 정유 촉매제, 금속 세정제로 쓰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번 오염 원인으로 금속 가공업체, 전자제품 제조업체, 화학제품 생산업체, 도장 업체, 배터리 격리판 제조업체 등을 지목했습니다.
방치된 조사 결과,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더 큰 문제는 행정의 늑장 대응입니다.
2023년 7월 이미 조사 결과가 확보되었음에도, 광주시와 광산구는 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시민들에게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진보당 광주시당과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광주시는 시민 앞에 사과하고, 전수조사 결과와 오염 지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법적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광산구 대응책 발표…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

2025년 7월 15일,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공식 사과와 함께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 전문가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정화 TF 구성
- 오염 우려 지역 187개 지하수 관정 전수조사
- 필요 시 생활용 지하수 사용 중단 권고 및 대체 수 공급
- 국비 포함 총 150억 원 규모 정화 예산 확보 요청
하지만 이와 같은 대책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관련 예산 확보 및 정밀 조사 일정 등은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수완지구는 괜찮다”는 해명, 안심할 수 있을까?

광산구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주로 지하 30m 수준에서 이뤄졌고, 실제 생활용 지하수는 보통 100m 이상 깊이에서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하남산단에는 음용수 관정이 없고, 수완지구 내 3개 관정에서는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장기적 토양 확산과 지하수 수평 이동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깊이에 따른 오염 시차, 비밀리에 사용 중인 무등록 지하수 관정 존재 가능성, 그리고 지속적인 감시 체계의 부재가 여전히 시민 불안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광주는 전남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 기본조차 무너뜨렸습니다.
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물, 그 안에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 이상 ‘생활’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광주시와 광산구는 모든 조사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화 및 재발 방지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은 안심하고 물을 마실 권리가 있습니다.
그 상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