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업계, 한국 겨냥…무역협상 압박 본격화

미국 제약업계가 한국의 낮은 약가 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로비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약가 책정과 건강보험 급여 심사에 문제가 있다며, 무역협상을 지렛대로 사용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 독일, 캐나다 등과 함께 고소득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의약품 소비가 많은 시장이지만, 미국산 신약에 대해 가격을 낮게 책정하거나 접근 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무역 대화에서 미국은 한국 내 약값 인상 및 시장 개방 확대를 관철시키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혜국대우 약가 정책과 외교적 수단 동원
트럼프 전 행정부는 “외국보다 미국 내 약값이 더 비싸선 안 된다”며, 최혜국대우(MFN) 약가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외국에서의 약값 인상이 미국 내 약값 인하의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에, 해외 약가를 올리는 것이 미국 국내 정책 성공의 핵심 도구가 됩니다. 따라서 외교와 무역 협상이 동시에 동원되는 구조입니다.
약가 심사 기준부터 생명공학 업계까지…미국 측 전방위 압박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국은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40개월이 걸린다”며, 심사 절차와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지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약값을 억제하는 기준인 점진적 비용-효과비율(PICR) 등 평가 방식이 미국산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생명공학 업계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생명공학혁신기구(BIO) 등은 중첩된 가격 규제 장치가 미국 기업의 공급 안정성과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며, 더 빠르고, 더 쉽게, 더 비싸게 미국산 신약이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이같은 주장을 통해 한국 정부가 글로벌 혁신 기술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형성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정책의 노림수는 이중 구조
미국의 정책은 단순한 ‘약값 인상 요구’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미국 내 약값은 낮추고, 해외에서는 비싸게 팔자”는 이중적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 미국 유권자에게는 약값 인하를 통한 정치적 인기 확보
- 미국 제약업계에게는 해외 시장 확장 및 고가 판매 기회 제공
즉, 트럼프식 정책은 미국 소비자와 자국 기업 모두를 만족시키는 반면, 한국과 같은 수입국에게는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입을 수 있는 직접적 피해는?

이러한 압박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다음과 같은 피해를 겪을 수 있습니다:
-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
- 약값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
- 검증되지 않은 신약의 조기 등재로 인한 안전성 문제
- 국내 제약사의 역차별 및 경쟁력 약화
결국, 약값이 오르면 그 부담은 국민과 건강보험 재정에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국민은 병원·약국에서 본인부담금 인상을 체감하게 되고, 건강보험공단은 지속적인 재정 압박에 직면하면서 보험료 인상 또는 급여 축소라는 이중고에 놓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우려도 커지며, 사회 전체의 건강 형평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동맹국에 대한 과도한 요구, 정당한가?
한미 동맹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 보건까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전략적 관계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접근은 동맹의 신뢰보다 ‘거래적 이익’에 더 치중된 모습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이자 협력국이지, 자국 산업의 수익 손실을 전가할 대상이 아닙니다.
공정한 협력이 아닌 일방적 압박이 계속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동맹 자체의 신뢰 기반을 해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하지만 유연한 외교 전략, 그리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