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도쿄도 의회 선거 대참패,일본 정치 대전환 신호?

1. 도쿄도 의회 선거, 자민당의 ‘참패’

이시바 시게루 총리 / 아시아 경제

2025년 6월 22일,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자민당은 총 127석 중 단 21석만을 확보하며, 역대 최저 의석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7년 기록한 23석보다도 낮은 수치로, 자민당의 도쿄 내 기반이 사실상 붕괴됐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으며, 도쿄 내 여권 세력 전체가 민심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은 셈입니다. 특히 도민 퍼스트의 회(都民ファーストの会)가 다시 제1당으로 올라서면서, 도쿄 정치 지형에 대격변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아래 도표는 2025년 도쿄도 의회 선거 후 정당별 의석 수를 나타낸 그래픽입니다.

​전체 정원은 127석이며, 색상과 숫자를 통해 각 정당이 얼마나 의석을 확보했는지, 기존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중앙 상단의 ‘知事与党 73’은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를 지지하는 전체 여당계 세력의 합산 의석 수로, 이번 선거에서 과반(64석)을 훌쩍 넘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당명색상의석 수 (변화)주요 특징
도민 퍼스트(都民ファーストの会)연두색32석 (+1)고이케 유리코 지사 측 정당, 제1당 탈환
자민당(自民)붉은색21석 (-9)참패, 당 역사상 최저 수준
공명당(公明)분홍색19석 (-4)자민당 연립 파트너, 일부 하락
입헌민주당(立民)중청색17석 (±0)중도 야당, 견조한 유지
공산당(共産)연하늘색14석 (±0)꾸준한 고정 지지층
국민민주당(国民)노란색9석 (신규 진입)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존재감 확보
산세이토(参政)주황색3석 (신규 진입)우익 신생 정당, 첫 의회 입성
생활자 네트워크(ネット)회색1석지역 생활 중심의 소수 정당
무소속베이지색10석정당 미소속 후보들
결원없음4석현재 미정 상태의 의석

특히 자민당은 붉은 화살표로 30석에서 21석으로 하락, 도민 퍼스트는 상승 화살표로 31석에서 32석으로 증가한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도민 퍼스트 약진과 신흥 야권 부상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 AP통신사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가 이끄는 도민 퍼스트였습니다. 이들은 32석을 확보해 제1당에 복귀했고,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며 자민당을 압박했습니다.

특히 국민민주당은 9석, 극우 성향의 산세이토는 3석을 얻으며 새롭게 의회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유권자들이 기존 거대 정당에 대한 피로를 드러내며 다양한 정치 실험을 지향하는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도와 극우 신흥 세력의 약진은 일본 정치의 재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3. 고물가·스캔들… 민심은 자민당을 떠났다

자민당의 참패 배경에는 단순한 선거 전략 실패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물가 상황과 실질임금 정체, 정치 자금 스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쌀값이 2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자민당의 농업 정책 및 유착 의혹은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일부 자민당 의원들의 접대 및 정치자금 관련 스캔들이 연이어 불거지며, 유권자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습니다. 정책 무능과 도덕적 해이의 이중 위기가 표심을 이탈시킨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4. 이시바 총리 체제에 미치는 파장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선거 직후,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매우 엄격한 심판을 받았다, 이 결과의 분석은 곧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로서 어떤 호소가 (유권자에게) 닿지 않았는지 제대로 분석해

앞으로 살려가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다가오는 7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지도부의 위기의식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지역 선거에 그치지 않고, 여권 전체의 민심 이반과 정치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민당의 향후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졌습니다.

​내부에선 이시바 퇴진론과 함께 차기 총재 구도에 대한 논의도 빠르게 부상 중입니다.


5. 차기 자민당 총리 후보, 누가 떠오르나

이번 참패를 계기로 차기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 후보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 헤럴드 경제

​가장 먼저 주목받는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입니다.

그녀는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혀온 인물로, 극우적 보수 성향이 뚜렷하며, 자위력 강화와 헌법 개정에 있어서도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우파를 넘어선 극우 강경파 지지층을 중심으로, 자민당 내 ‘전열 정비’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혐한적 발언과 역사 왜곡을 옹호한 과거 행적도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과거 한국에 대해 “사과 외교는 이제 끝내야 한다”, “일본은 더는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을 통해 한일관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듯한 입장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극우적 언행은 지지층에겐 ‘원칙 있는 보수’로 받아들여지지만, 중도층과 외교적 시각에선 분열적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유력 주자는 고이즈미 신지로 현 농림수산대신 입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 중앙일보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로, 고이즈미 신지로는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입니다.

​정치 성향은 비교적 온건 개혁파에 속하며,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와 소통형 스타일 덕분에 한때 ‘자민당의 세대교체 상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환경상 재임 시절 했던 “기후변화 문제는 펀하고(즐겁고), 쿨하고(멋지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른바 ‘펀쿨섹’ 발언은 엉뚱하고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고, 조롱의 대상이 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발언은 이후 ‘펀쿨섹’이라는 인터넷 밈으로 확산되며, 고이즈미 신지로의 정치적 역량에 의문을 불러온 대표 사례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그는 이시바 내각의 농림수산대신으로서 일본 쌀값 급등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며 시장 안정에 기여한 점이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당시 쌀값이 수요·공급 불균형과 수출 증가, 생산량 감소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급등하자, 고이즈미는 긴급 비축미 방출과 유통 구조 조정, 수급 안정 대책을 빠르게 추진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은 그에게 오랫동안 따라붙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게 해주었고, 실제로 최근 산케이 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리 지지율이 20%까지 상승해 1위를 차지했으며 ,

​고이즈미 신지로의 정책에 대해서도 63.8%의 유권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여전히 자민당의 이미지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고이즈미 신지로와 다카이치 사나에 모두 강력한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이시바 총리 체제 붕괴 이후 자민당 내 권력의 중심이 누구에게 옮겨갈지는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6. 일본 정치, 변곡점에 선 자민당

이번 도쿄도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일본 정치의 거대한 균열을 예고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이시바 총리 체제에 대한 불신과, 자민당의 무능한 정치가 드러난 만큼,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권 심판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자민당이 과연 이번 패배를 전화위복 삼아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혹은 일본 정치가 새로운 분열의 시대로 들어설지. 2025년 일본은 지금, 정치사의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