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훈련 중 참변…지휘 체계의 무책임과 구조적 허점

2024년 11월 25일, 강원도 홍천 아미산에서 진행된 군 훈련 도중 김도현 일병(당시 20세)이 실족 후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총 5명이 참여한 훈련에서, 중사는 산행에 불참하고 후방 대기임무자였던 운전병이 대신 입산하는 등 초반부터 비정상적인 임무 배치가 이뤄졌습니다.
운전병은 원칙적으로 차량 대기 임무에만 집중해야 하지만, 계급상 아래 였던 운전병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입산한 점은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냅니다.
더불어 12kg 2개, 14kg 1개, 25kg 1개의 짐을 들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 일병은 가장 무거운 25kg 장비를 짊어졌고, 오전 11시 5분경 운동화를 신은 운전병이 다리를 삐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인솔자인 하사는 이를 인지하고도 부상자를 산 중턱에 남겨둔 채 전진했습니다.
남겨진 운전병은 김 일병에게 자신의 짐까지 부탁했고, 김 일병은 25kg과 12kg 장비를 번갈아 옮기며 여러 차례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운반하다가, 결국 실족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2. 무너진 골든타임…보고 지연과 구조 실패

김 일병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은 12시 29분, 실족 후 발견된 시점은 14시 29분이었고, 구조 요청과 이송, 응급 처치까지 포함해 총 4시간이 걸려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총체적인 구조 실패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가장 중요한 119 신고는 뒷전으로 밀렸고, 하사는 상관 3명에게 보고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약 27분 동안 골든타임이 허비되었습니다.
이후 투입된 군 헬기는 구조 시도를 하지 못하고 상공에서 대기만 하다가 철수하였고, 공역 문제로 인해 소방헬기 역시 투입이 지연되는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김 일병은 구조되지 못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으며, 사망 판정을 받은 시간은 실족 후 무려 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이처럼 보고 체계의 우선순위 착오, 비효율적인 군-소방 간 공역 운영, 미비한 현장 구조 매뉴얼이 총체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3. 경찰 수사…간부 3명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2025년 6월, 강원경찰청은 중사 A씨, 하사 B씨, 소대장 C씨 등 간부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군 내부 사건에서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으며, 향후 군 지휘 체계와 책임 구조에 대한 법적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도 군 헬기 지휘자와 응급 구조사 등 7명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조치는 군 내부 관행과 책임소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국과수 부검 결과…생존 가능성 있었던 김 일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일병이 경추 5번 골절, 왼쪽 신장(콩팥) 파열, 갈비뼈 및 등뼈 다발성 골절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갈비뼈 손상은 심폐소생술(CPR)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사고 당시 긴급 조치가 지연된 후 시행된 처치의 흔적으로 해석됩니다.
의학적으로 콩팥 손상에 의한 내출혈은 매우 치명적이며, 특히 중등도 이상의 출혈이 발생할 경우 사고 직후 1시간 이내에 응급 처치가 이루어져야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를 초과해 출혈이 지속되면, 출혈 시작 후 4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김 일병의 경우 사고 발생 후 약 4시간이 지난 16시 35분에야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이미 골든타임은 사실상 지나 있었습니다.
결국, 사고 발생 시점부터 이어진 구조 지연과 응급 조치 미흡, 그리고 출혈성 장기 손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 부족이 김 일병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빠른 수혈과 응급 처치가 가능했다면,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습니다.
5. 군 당국의 사후 조치
군은 사건 발생 약 두 달 뒤인 2025년 1월, 김도현 일병을 순직 처리하고, 1계급 추서해 상병으로 진급,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여론은 “단순한 순직 처리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한 인재”라는 비판과 함께, 지휘 판단 미흡·보고 체계 오류·구조 대응 실패 등 군 내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털 댓글과 커뮤니티, SNS 상에서는 책임자 문책과 군 구조 체계의 전면 개선, 그리고 현장 대응 매뉴얼의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6.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이번 사고는 단지 하나의 개인적인 참사가 아닙니다. 책임 회피적인 지휘 체계, 방치된 구조 매뉴얼, 미비한 응급 대응 체계가 총체적으로 겹친 구조적 비극이었습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말로 무마할 수 없습니다.
김도현 일병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병사 한 명의 생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인한 거울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한 문책과 추서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군 조직 개혁과 책임 있는 대응 시스템 마련이 필요합니다.
훈련 중인 모든 병사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김 일병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변화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