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처분 취소로 원전 계약 재개 ‘청신호’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발주사 간의 본계약 체결을 금지했던 가처분 명령을 공식 취소하며, 장기간 교착 상태였던 사업 추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법적 이의 제기로 인해 한수원-체코전력공사(CEZ) 간 계약 체결이 무산된 지 약 한 달 만에 이루어진 반전으로,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정상 추진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한수원과 발주사인 CEZ는 가처분 결정 당시 “당사자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를 강하게 주장하며 즉각 항소에 돌입했고, 이번에 최고행정법원이 그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 자체를 무효화한 것입니다.
체코 정부는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본계약 체결에 대한 사전 승인을 완료해 둔 상태였기에, 행정적 장애물이 해소되면서 양측은 조속한 계약 체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2. 경쟁사 EDF의 반격과 EU 개입 시도
이번 가처분 사태의 배경에는 입찰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강력한 이의 제기가 있었습니다. EDF는 체코 법원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도 한수원이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EU는 현재 한수원의 수주 과정에 대해 직권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이며,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진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체코 내에서는 계약을 재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황입니다.
3. 체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사전 승인
체코 정부는 애초부터 이 프로젝트를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가처분 결정 직후에도 한수원과의 계약을 사전 승인하며, 판결이 뒤집히는 즉시 본계약을 체결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판결은 단순한 행정절차 복원의 의미를 넘어, 양국 정부 간 신뢰 회복의 상징적 계기로도 평가됩니다. 체코 에너지부 관계자는 계약 성사 시 “에너지 독립성과 안정성 확보에 큰 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4.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의 개요

이번 계약은 체코 남부 두코바니 지역에 신규 원전 2기(5·6호기)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1기당 약 12조 원, 총 24조 원 규모로, 체코 역사상 최대 단일 인프라 사업으로 꼽힙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설계(한전기술), 주기기 시공(두산에너빌리티), 건설(대우건설), 핵연료(한전연료), 정비(한전KPS) 등 각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 총출동했습니다.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국 원전 기술의 유럽 진출에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전망입니다.
5. 향후 테믈린 원전 2기 수주도 가시화

이번 두코바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하면, 체코 중부 테믈린 지역의 추가 원전 2기 건설(3·4호기)에도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번 계약은 단일 수주에 그치지 않고, 최대 4기의 원전 건설이라는 연쇄적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인 셈입니다.
한국은 이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출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체코 계약은 또 한 번의 중대한 수출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 유럽시장 개척의 전환점 될까
체코 법원의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가처분 해제 그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원전 산업이 유럽 원전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외교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향후 과제로는 체코 정부와의 계약 서명 시점 조율, EU 집행위의 역외보조금 규정(FSR) 관련 직권조사 여부, 그리고 테믈린 원전 2기 수주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 등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두코바니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주하게 된다면, 한수원은 단순 시공업체를 넘어 원전 설계·운영·연료·정비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수출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계약 체결 이후 ‘팀코리아’가 얼마나 기술력과 실행력을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체코 사례는 단순한 해외 수주를 넘어, 한국 원전 기술의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성장을 보여주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