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체첸의 권력 세습, 아들이 이어받나?

2025년 현재, 러시아 자치공화국인 체첸에서 권력 세습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이 삼남인 아담 카디로프를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그 배경과 의도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계 승계로 보기엔 어려운 이 결정은, 체첸의 정치 구조, 푸틴 정권과의 관계, 그리고 무력 충성을 중시하는 지역 특수성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입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체첸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부각되면서 이번 세습 구도는 푸틴 체제 내부의 권력 재편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 체첸 헌법상 제약과 ‘레이전시’ 가능성
체첸 자치공화국은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에 위치한 이슬람 문화권의 공화국으로, 오랜 분리 독립 시도와 두 차례의 전쟁을 겪으며 정치적 불안이 반복되어온 지역입니다. 러시아 연방 소속이지만, 강한 종교·문화적 정체성과 중앙정부와의 긴장관계로 늘 민감한 곳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체첸은 사실상 람잔 카디로프 수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한 1인 통치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근 람잔이 삼남인 아담 카디로프를 후계자로 지목한 배경에는, 장남과 차남보다 폭력성과 카리스마가 강한 셋째 아들의 이미지가 체첸 내 권위 유지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아담은 교도소 재소자를 폭행한 사건으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도 충성심과 통제력을 과시하는 상징적 행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체첸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30세 이상이어야 하며, 이는 현재 17세에 불과한 아담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규정입니다. 즉, 아담이 법적으로도 당장 권력을 계승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섭정 체제’, 즉 레이전시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아담은 이름만 후계자일 뿐, 실제 권한은 다른 인물이 대리 행사하는 구조가 될 수 있어요.
현재 유력한 섭정 후보로는 람잔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하원의원인 아담 델림카노프, 아흐마트 특수부대의 지휘관 압티 알라우디노프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카디로프 가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권력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3. 푸틴과 크렘린의 미묘한 거리 두기

크렘린은 아직까지 아담의 공식 후계 구도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담 카디로프는 불과 17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격한 언행과 폭력적인 이미지로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특히 재작년 2023년 에는 체첸 내 교도소 재소자 에게 폭력을 행사하고도 SNS에 자랑하듯 영상을 게시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가 무력과 공포에 기반한 통치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푸틴 정부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체첸 지역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청소년에 불과한 인물이 권력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체첸은 과거부터 분리 독립, 테러 위협 등 러시아 내부에서도 민감한 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4. 카디로프 가문, 체첸을 사유화하다

람잔 카디로프의 아버지 아흐마트 카디로프는 제2차 체첸 전쟁 중 러시아에 협력하며 푸틴의 지지를 받아 2003년 체첸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형식상 선거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푸틴이 낙점한 인물이었죠.
그러나 체첸 내 반러 세력 에게는 ‘배신자’로 여겨졌고, 결국 2004년 전승절 행사 중 체첸반군의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습니다.
이후, 그의 아들 람잔 카디로프가 정권을 이어받으며 사실상 가문 중심의 독재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람잔은 형제들과 사촌, 오랜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온 것은 물론, 언론과 종교까지 장악하며 권력 기반을 단단히 다졌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체첸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수순’처럼 여겨지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5. 세습은 계속될까? 푸틴의 의중이 변수
람잔 카디로프는 러시아 중앙정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체첸 내 권력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는 극단적인 충성으로 푸틴의 신임을 얻었고, 일각에서는 ‘푸틴의 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맹목적인 복종을 보였어요.
그 충성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자신의 아들들을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킨 일이 있습니다.
당시 14세, 15세, 16세였던 세 아들은 군복을 입고 최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고, 이는 내부 권력층에게는 ‘충성의 증명’이자 ‘후계자 포장’의 일환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담에게로의 권력 세습 역시 푸틴의 최종 승인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아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체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체첸 내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체첸의 정치는 지금, 가문 중심의 권력 구조와 중앙정부의 통제 사이에서 매우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6.권력 세습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체첸의 세습 정치는 단순한 가족 간 권력 승계를 넘어, 러시아 연방체제의 근본적인 균열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담 카디로프의 등장과 섭정 체제의 도입 여부,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향후 판단은 체첸의 미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안보와 정세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편으론 이처럼 한 가문이 특정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치 구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