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위험’, 장마철 맨홀 사고가 급증합니다

장마철, 많은 시민이 우산과 장화를 챙기며 비에 대비하지만 정작 더 큰 위험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바로 도심 곳곳에 설치된 맨홀 뚜껑입니다. 평상시엔 별 문제없이 지나치던 이 구조물이 집중호우와 하수 역류가 겹치는 시기에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에서 유사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2. 전국에 깔린 ‘조화 맨홀’, 과연 안전할까요?

2000년대 초반부터 대거 도입된 ‘조화 맨홀’은 디자인이 깔끔하고 단가가 저렴해 많은 지자체에서 선택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맨홀은 철이 아닌 콘크리트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충격에 취약하며, 장마철엔 쉽게 부식 되거나 파손될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파손 여부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2023년 부산 시내에서는 조화 맨홀이 빗물에 부식되어 파손되었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한 남성이 맨홀 위를 지나가다 발이 빠지는 사고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도로가 침수된 상황에서는 맨홀의 손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입했다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큽니다.
3. 철제 맨홀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조화 맨홀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철제 맨홀 역시 장마철엔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하수가 급격히 역류하면서 뚜껑이 열리거나 사라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이 2m 가까이 추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2025년 6월, 부산 연산동: 폭우로 맨홀 뚜껑이 들리고, 30대 여성이 추락
-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인근: 기록적 폭우로 맨홀이 열려, 두 명이 사망
이처럼 집중호우 속 맨홀은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물로 돌변할 수 있으므로,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항상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4. 의무화는 됐지만… 예산 앞에 멈춘 설치 현실

환경부는 2022년 말, 하수도 설계 기준을 개정하며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이 장치는 맨홀 뚜껑이 열리는 것을 방지하고 최대 450kg의 하중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안전 장치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합니다. 전국 평균 설치율은 8% 수준에 불과하고, 서울조차 절반도 넘기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광주나 전북 등 일부 지역은 설치율이 1%도 되지 않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예산 부족입니다. 맨홀 유지·보수는 지자체의 책임이지만, 재정 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일수록 대응이 어렵고, 서울처럼 비교적 재정이 넉넉한 곳도 하수도 요금 범위 내에서 예산을 편성해야 하기에 여유롭지 않은 실정입니다.
더불어 환경부는 국비 지원 우선순위를 ‘노후 하수관 교체’에 집중하고 있어, 맨홀 안전장치 설치는 자치단체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구조입니다.
5. 그래도 일부 지자체는 ‘적극 대응’ 중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몇 지자체는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하반기까지 1만 4천 개 맨홀에 방지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며, 서울시는 3만 개 이상 설치를 통해 60% 이상의 설치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세종·전북·광주 등은 아직 한 자릿수 설치율에 머물고 있어, 지역 간 안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확대와 일관된 기준 마련이 절실합니다.
6. 장마철엔 침수 도로와 맨홀을 꼭 피하세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실천도 중요합니다.
장마철엔 멀쩡해 보이는 도로라 해도 그 아래 맨홀 뚜껑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야간이나 폭우 중엔 맨홀 위를 절대 지나지 마세요.
주변에 진동이 느껴지거나 구조물이 유실된 흔적이 있다면, 즉시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 행동입니다. 보이지 않아서 더 위험한 이 구조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