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75년 만에 카스트 조사 착수…브라만은 왜 반발하나?

1. 인도, 75년 만에 전국 단위 카스트 조사 추진

인도 정부가 75년 만에 전국 단위 카스트 인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통계 작업을 넘어, 3천 년 이상 유지되어 온 신분제도에 대한 첫 대대적인 개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헌법상으로는 평등을 보장해왔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브라만부터 불가촉천민까지 계층 간 차별과 격차가 존재해왔죠.

특히 이번 조사에는 기존에 빠져 있던 OBC(기타 후진 계층)까지 포함되면서, 사회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브라만을 비롯한 상위 계층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인도 카스트 제도의 뿌리와 현재

계층 구분비율 (추정)인구 수 (명)설명
브라만약 5%약 7,000만 명상위 사제 계층
크샤트리야약 4%약 5,600만 명전사·통치 계층
바이샤약 7%약 9,800만 명상인·상류 중산층
수드라약 40%약 5.6억 명농사와 육체노동을 맡았던 하위 신분 계층
불가촉천민 (SC)약 16.6%약 2.3억 명죽은 동물 처리, 오물 청소 등 ‘부정한 일’을 맡아 극심한 차별과 배제를 받아온 계층
부족민 (ST)약 8.6%약 1.2억 명산간 오지의 토착부족집단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기원전 1,500년경 고대 베다 시대부터 형성된 힌두교 기반의 신분 계급 체계로, 무려 3,000년 동안 이어져온 신분 제도 입니다.

가장 위는 브라만(사제·지식인), 그 아래로 크샤트리야(전사층), 바이샤(상인층), 수드라(노동자층)가 있으며, 이 네 계층에도 포함되지 못한 이들이 바로 불가촉천민(달리트)입니다.

이 제도는 출생에 따라 계급이 고정되고, 직업·결혼·거주지·종교 활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심각한 차별과 배제를 동반했습니다.

인도 헌법은 1950년 카스트 차별을 공식 금지했지만, 전통적 인식과 사회 관행은 여전히 깊게 남아 있어 오늘날까지도 교육·고용·사회적 이동성에 강한 제약을 주고 있습니다.

3. 브라만 계층, 왜 반발하는가?

브라만은 전통적으로 종교·문화·지식 분야의 지도층으로 자리해온 인도의 최상위 카스트입니다.

하지만 실제 인구 비율은 약 4~5%로 매우 낮은 편이며, 이들이 인구조사로 인해 ‘소수 계층’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참고로 현재 인도 정부가 사용하는 SC(지정카스트), ST(지정부족), OBC(기타 후진계층) 등의 분류는 1950년 헌법 제정과 함께 처음 도입되었으며,

OBC 제도는 1990년 만달 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었습니다.

EBC(매우 후진 계층)는 OBC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집단을 2000년대 이후 일부 주정부가 따로 분류하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또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진 계층(OBC, SC, ST)에 대한 우대 정책(예약제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져, 브라만 계층 입장에서는 기득권 침해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4. 예약 제도 확대에 대한 불신감

용어예전 계층 기준
SC (지정카스트)가장 심하게 차별받던 계층. 흔히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림수드라보다 아래
ST (지정부족)산간·오지에 사는 부족민 계층. 카스트 구조 밖에 있음전통 카스트 아님
OBC (기타 후진계층)교육·경제적으로 뒤처진 계층. 주로 수드라 계층수드라
EBC (매우 후진 계층)OBC 중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교육 수준 낮은 하위층수드라 안에서도 가장 어려운 집단

인도에서는 일정 비율의 공공기관·대학·공무원 채용 등을 하위 계층에 배정하는 ‘예약제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헌법상 총 예약 비율이 50%로 제한돼 있으며, 이를 더 늘리자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 라훌 간디는 “90% 이상이 후진 계층인데, 50% 상한은 말이 안 된다”며 공공연히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브라만을 포함한 상위 계층의 반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5. 지역 카스트 조사 결과가 만든 파장

비하르주의 조사 결과에서는 매우 후진 계층(EBC)이 36%로, 총 후진 계층(OBC 포함)은 약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텔랑가나 지역 역시 OBC가 56% 이상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수치는 기존의 사회 정책과 제도에 현실 반영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강화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전국 조사가 시작되면, 후속적으로 복지·입시·채용 등 전반적인 제도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6. 브라만의 기득권 흔들릴까?

​브라만 계층이 이번 조사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인도의 도덕적 권위와 지적 권력을 대표해 왔으며, 자신들의 위치가 ‘수치화’되어 평가받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존재합니다.

​특히 소수성, 우대정책 배제, 사회 이미지 변화 등에 대한 복합적인 불안이 맞물려 있으며, 이는 정치적 반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7. 여전히 존재하는 브라만과 불가촉천민 간의 벽

인도 헌법은 모든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브라만과 불가촉천민간의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달리가 브라만의 식수를 만지는 것조차 금기시되며, 같은 사원 출입이나 공동 식사조차 거부당하는 사례도 존재해요.

특히 북인도 우타르프라데시나 비하르주 등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달리트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조직적으로 은폐되거나, 가해자가 브라만일 경우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교육과 취업 면에서도 브라만 계층 출신들이 더 나은 기회와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반면, 달리트는 예약제 혜택이 있음에도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민간기업 고용이나 대학교 생활에서의 차별을 여전히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한 고발도 늘었는데요. 달리트 출신 학생이 브라만 교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자살한 사건이나, 달리트 아이가 브라만 교사의 물을 마셨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건 등도 보도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제도적으로는 ‘평등’이 선언되었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는 계층 간 위계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국 인구조사가 가져올 변화가 단지 수치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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