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형 순찰차가 경광등도 안 켜진다고요?

2025년 6월, 전국에 배치된 신형 경찰 순찰차 일부가 장비조차 없는 상태로 출고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북, 전남, 대구 등 여러 지역에서 도입된 그랜저·넥쏘 기반의 신형 순찰차 수십 대가 태블릿, 무전기, 블랙박스, 경광등 등의 기본 장비 없이 운행 준비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차량은 실제 현장 투입이 불가능한 채 차고지에 방치되었고,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야간에 경광등조차 켤 수 없는 차량으로 어떻게 시민을 보호하느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2. 어떤 차량들이 문제가 있었나?
이번 논란에 포함된 차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북 고속도로순찰대: 그랜저 신형 순찰차 13대
- 전남 경찰청: 넥쏘 및 그랜저 순찰차 6대
- 대구 경찰청: 넥쏘 순찰차 2대
- 전국 총합: 넥쏘·그랜저 기반 신형 순찰차 125대 중 최소 21대 이상에서 문제 발생
이 차량들은 태블릿 미설치, 무전기 및 블랙박스 연동 실패, 경광등 작동 불능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임무 수행조차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3.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경찰청은 “신형 순찰차에 장착되는 태블릿은 기존 구형 차량에서 분리해 신형 차량으로 이설하는 방식이며, 구형 차량이 작동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출고 후 이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절차는 수년간 유지돼 왔으며, 전국 단위로 볼 때 평균 약 한 달가량의 이설 기간이 소요되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장 경찰들은 “차량만 배치되고 장비는 나중에 채워지는 식은 위험하다”며, “실제 현장에서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한 491억 원 규모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343대의 납품 지연이 있었고, 일부 차량은 검수와 장비 장착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로 배치된 정황도 포착되었습니다.
4. 경찰청의 해명은?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 “경광등은 차량에 내장된 콘트롤박스로 작동되며, 태블릿은 전광판 문구 수정용일 뿐입니다.”
- “112 신고 수신은 태블릿 연결만으로도 작동하며, 멀티캠 기능도 폴리폰을 통해 수동 조회가 가능합니다.”
- “‘전광판 관련 구조변경 승인 없이 출고된 차량’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차량은 기본 기능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치안 공백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릅니다.
실제 차량을 운용 중인 경찰관들은 “형식적인 작동 가능성보다 현장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장비 이설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5. 단순 실수일까, 구조적 문제일까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수년간 반복되어온 태블릿 이설 시스템, 예산에 쫓긴 무리한 배치, 그리고 현장의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지침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보여주기식 장비 교체보다 현장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6. 진짜 필요한 건, 겉보다 속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순찰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단지 신형 차량을 출고했다는 ‘성과’보다, 그 차량이 실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도입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이제는 ‘겉만 바뀐 순찰차’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