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생태공원, 저녁마다 등장한 매미 사냥꾼들

최근 부산 사상구의 대표 생태 명소인 삼락생태공원에서 중국인 남성들로 추정되는 일행이 저녁마다 매미 유충을 대량 채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후 7시 이후 무리를 지어 공원에 나타나, 나무 줄기와 풀숲을 뒤져 비닐봉지나 페트병에 매미 유충을 담아가는 것으로 목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9일, 한 중국인 남성이 손에 플라스틱 병을 들고 매미 유충 약 15마리를 포획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고, “먹기 위해 잡는다”는 답변을 남겼다고 보도됐습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매미 유충을 ‘하늘의 새우(天虾, 톈샤)’로 부르며, 고단백 간식이나 술안주로 즐기는 식문화가 존재합니다.
하얼빈, 산둥, 허난, 쓰촨 등지에서는 여름철 야시장 명물로 매미 튀김이나 볶음 요리가 팔리고 있으며, 최근엔 온라인 판매 및 대량 사육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민과 전문가 우려…법적으로는 처벌 대상 아냐
해당 행위에 대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공공 자산 훼손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생태계의 한 축인 매미를 무분별하게 채집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매미 유충이 보호종이 아니며, 채집을 직접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형사 처벌은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영향보다는 식용 측면에서의 위생 문제를 지적합니다.
사육 곤충이 아닌 야생 곤충을 섭취하는 것은 비위생적이며, 식중독 및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산시는 현재로서는 계도용 현수막 설치 등 간접적인 대응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향후 민원이 늘어날 경우 추가 조치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일본도 같은 논란…도쿄는 어떻게 대응했나?

이번 사안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도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미 발생한 바 있습니다.
도쿄도에 위치한 사루에 온시공원 등지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야간 시간대에 매미 유충을 채집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원 당국이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본은 곧바로 ‘채집 금지’ 다국어 안내문(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을 설치하고, 심야 출입 통제 및 곤충 채집 행위 제한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비록 매미 유충이 일본에서도 보호종은 아니지만, 공공질서와 생태 균형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였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호, 이제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부산 매미 유충 채집 사례는 단순히 개인의 식습관이나 문화 차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이용 규범, 지역 생태 보전 의식, 음식 문화의 충돌이 한 지점에서 겹쳐진 복합적 사례입니다.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지속적 채집으로 인한 생태계 부담, 시민의 불쾌감, 공원 본래의 취지 훼손 등 다층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도 일본처럼 공공장소 이용 가이드라인을 다국어로 안내하고,
- 야생 곤충 채집 금지 현수막 설치
- 심야 시간대 공원 순찰 강화
- 민원 접수 시 현장 계도 또는 한시적 출입 제한 조치 검토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 이 작은 유충 하나가 우리 도시 생태와 공공 질서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점, 우리는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됩니다.